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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나의 삶, 나의 시-백 년이 담긴 오십 년
  • 총류 > 강연집,수필집,연설문집
  • 고은,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저] l 초판 2010.12.25 l 발행 201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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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상품상세정보
분류 총류 > 강연집,수필집,연설문집
ISBN 9788952111586
초판발행일 2010.12.25
최근발행일 2013.06.20
면수/판형 0(쪽) /
“시대의 철학과 사상, 그 향기로운 교양의 꽃다발을 만나다.”

숨소리까지 담아낸 강연의 현장에서 우리 시대의 얼굴과 마주한다.
한국시 100년의 역사와 함께 격류와도 같은 삶을 살아온 민족시인 고은 편.
그와 나눈 진솔한 대화의 기록. 생생한 육성으로 직접 묻고 직접 듣는 삶의 길, 역사의 길.


처음으로 만난 시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런 시로써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먼저 ‘아닙니다’로 시작하겠습니다. 연이 아니라 불연입니다. 옛말 정언약반, 이 말을 풀어보건대 진리는 ‘아니다’로 시작한다는 뜻이겠지요. 시는 산업이 아닙니다. 시는 펀드가 아닙니다. 또 시는 힘이 아닙니다. 힘에의 소도구가 아닙니다. 시는 안전보장이 아닙니다. 영원한 불완전입니다. 그래서 시는 자유입니다. 시는 은유인가 아닌가. 다른 사물을 이끌어다가 어떤 사물을 장식하는 은유라면 그것은 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은유가 아니라, 은유의 폭력이지요.

나는 언젠가 시를 시의 첫날밤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시의 태초성, 선사성, 그 원시성, 그리하여 그 선사적인, 선천적인 충동으로서의 신명을 함께 솟구쳐내는 그 천지 공명의 교류의 천연성으로부터 시의 역사가 진행된다는 것을 은밀하게 믿었습니다. 옛말에 ‘생이지지(生而知之)’가 있지요. 시 역시 거의 생이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시를 체험이라고 말한 것도 그 체험은 운명으로서의 처음을 아로새기는 일일 것입니다. 바로 이 처음으로 만난 시가 내가 꿈꾸는 시입니다.

만남이야말로 최초입니다. 그래서 이미 있는 시와의 만남이 그 시의 새로운 세계이며, 내가 쓴 모든 시는 그때마다 시의 처음이자 처음의 시가 되지요. 시는 태어난 그대로가 아니라 그 시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처음이 개막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는 또한 화생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의 문자언어로 작위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언어 사이의 화학물질처럼 전혀 다른 언어 세계를 열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는 사랑을 아주 절정으로 묘사할 때, 사랑의 화신이라고 합니다. 그런 것처럼 시는 시의 화신이지요.

실제로 올봄, 독일 베를린에서 시인들이 몇 사람 모여서 일주일을 지냈을 때, 어떤 인도 시인이 나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너는 시인이 아니라, 시다.” 그때 나는 내가 한 편의 시로 보이고 있구나, 그런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말씀에 대한 답으로, 내 시에 대한 즉각성은 특히 80년대 현장에서는 불가피했습니다. 실지로 학생들이 분신, 투신하는 현장이나 고문으로 죽어가는 상황에서는 밀실의 연금술로 언어 하나하나를 돌에 새기듯이, 또는 가열하여 응고시키듯이 할 겨를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시의 본래 면목은 이와 같은 시의 즉각성일 거예요. 모든 문학 행위가 불가능할 때, 아니 그 행위가 끝났을 때 그 바람 속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시입니다. 감옥의 가혹한 감시하에 은박지나 나뭇조각, 또는 치약 포장지 따위에 시 몇 줄의 비밀 시를 쓸 수 있는 거지요. 세계의 마지막에도 시는 남을 것입니다. 그런 시의 처절한 비극성으로 나의 현실 참여 시기의 시가 고은의 시는 호흡이다, 토해 나온다고 말해지고 때로는 거칠다고 말해지기도 합니다.
(「고은: 나의 삶 나의 시 ― 백 년이 담긴 오십 년」에서)

저자소개

고은

저자작품

서울대학교기초교육원

저자작품

목차

대화의 장을 열며
강연자 머리말
1부 강연
2부 패널 질문과 토론
3부 보면서 읽다

리뷰

평점
  • dl******0525 2020-02-29 17:42:30
    천성적으로 시를 좋아하던 나에게 고은 시인은 날카롭게 꽂히는 어떠한 감각을 던져주는 몇 안되는 시인들 중 한 명이었다. 수능공부를 하며 답답할 때마다 나는 시를 옮겨썼고, 그 반복적인 시들 중 하나가 고은 시인의 ‘눈길’이었다. 가만히 시를 따라 읽어가면 느껴지는 그 이상하게 평화로운 감정이 나를 안정시켰다. 사실 그렇게 많은 시를 알지도 않고, 나에게 의미있던 것은 그저 그 시 하나뿐이었으나,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읽어볼 동기가 되었다.
    단순히 그 하나의 시를 좋아하던 내가, 시가 아닌 시인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나름의 용기를 필요로 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던 나만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작가에 대해 아는 순간, 그 작가의 시점 또한 나의 시점에 포함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인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기해서, 시에 관한 다른 이의 의견을 읽는 것은 내가 그의 생각을 훔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단순히 미사여구를 늘어놓지도 않았고, 막연한 추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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